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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서 온 돌주먹, 배틀 로얄 접수했다
복싱M 조회수:381 220.116.196.146
2018-05-30 17:08:33

 

슈퍼미들급 난민 복서 길태산

지난해 신인왕·체전 은메달 꺾고

결승전서도 1분 28초 TKO승

보호소 생활 등 가시밭길 지나

 

“3년 내 세계 챔프” 코리안 드림

길태산(가운데)이 2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복싱 신인 최강전 ‘배틀 로얄’ 슈퍼미들급에서 우승한 뒤, 최준규(오른쪽) 관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은 길태산을 응원하러 온 이흑산(압둘레이 아싼) 선수. 돌주먹체육관 제공.

 

2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복싱 신인 최강전 ‘배틀로얄’ 슈퍼미들급(76.2㎏) 결승전에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복서가 링에 올랐다.카메룬 출신의 난민 복서 길태산(31ㆍ천안 돌주먹 체육관)이 그 주인공. 이규현(수원 태풍체육관)과의 결승전에 오른 길태산은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마자 오른손 훅을 상대 오른쪽 관자놀이에 꽂아 넣으며 첫 다운을 빼앗았다. 다시 일어난 이규현에게 소나기 연타에 이은 묵직한 주먹을 옆구리에 강타, 링에 주저앉히며 1분 28초만의 심판 스톱 TKO승을 거뒀다. 신인왕을 위한 4개월 간의 대회를 마감하는 화려한 피날레였다. 난민의 설움도 한 방에 날려보냈다. ‘배틀로얄'은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가 과거 MBC 프로복싱 신인왕전을 새로 단장해 재구성한 대회다.

길태산이 결승전까지 오면서 꺾은 상대 선수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8강에서 만난 신재혁은 지난해 신인왕 출신이고, 4강전에서는 전국체전 은메달리스트 백대현을 3-0 판정승으로 꺾었다. 결승전 상대 이규현도 키가 182㎝로 길태산보다 9㎝나 컸다. 길태산은 그러나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플레이스타일과 단단한 돌주먹으로 상대방을 하나하나 링에 눕히며 ‘코리안 드림’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길태산은 “짧은 기간 준비했지만 이미 몸 상태가 좋아 자신 있었다”면서 “결승전에서도 뭔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과가 생각만큼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복싱을 배운 길태산은 카메룬 군대에서도 복싱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군대 안에서는 구타와 가혹 행위가 심했고, 급여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카메룬 대표로 한국에 왔다가 동료 이흑산(35ㆍ압둘레예 아싼)과 함께 숙소를 탈출,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신청자’ 신분이었던 길태산은 6개월마다 체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신청을 하루 늦게 하는 바람에 지난해 1월 강제추방명령을 받고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됐다. 약 10개월에 걸친 보호소 수감 생활도 길태산의 ‘복싱 사랑’을 가로막진 못했다. 지난해 11월 난민 지위를 획득한 뒤 바로 천안 돌주먹체육관을 찾았고, 올해 1월 바로 배틀로얄에 도전해 4전 전승으로 우승하는 기적 같은 성적을 올렸다.

길태산 선수. 돌주먹체육관 제공.

 

길태산의 본명은 장 두란델 에투빌이다. 링네임 ‘길태산’이라는 이름 중 성씨를 ‘길’로 한 것은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식품업체 빅쭌의 길윤식 대표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망명 직후 천안의 한 체육관에서 어렵게 운동 중이었는데, 길태산의 가능성을 알아본 길 대표가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이름 ‘태산(泰山)’은 자신을 지도한 최준규 돌주먹체육관장이 지어줬다.

카메룬에는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 8명이 산다. 가끔 국제 전화로 안부를 묻지만 오랜 기간 생이별 상태다. 생활비를 아끼고 대전료를 모아 카메룬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 그나마 ‘난민 동료’ 이흑산(춘천 아트체육관)과 자주 만날 수 있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덜어낼 수 있다. 지난해 5월 슈퍼웰터급 한국챔피언에 오르며 ‘코리아 드림’을 쓰고 있는 이흑산은 27일 결승전에서도 경기장을 찾아 길태산을 응원했다.

길태산은 아직 한국말은 서툴지만, 김치를 좋아할 정도로 한국 음식이나 문화에 대해 적응이 빠르다. 그는 ‘향후 3년 안에 세계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준규 관장은 “아프리카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성 등 신체 조건과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다”면서 “아직 잠재된 기량을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동양 챔피언을 넘어 세계 챔피언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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